시간 관리, 건강 관리에 대한 내용 다음으로는 학습의 전략과 경제에 대해 제시해보도록 하겠다. 98 : 2 의 글로벌 양극화 시대에서 어떤 분야이든 학습을 통한 지식 습득은 필수적이다. 끊임없이 배우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새 뒤쳐지게 마련인 것이다.
고승덕 변호사는 사시, 행시, 외시의 고시 3관왕으로 유명하다. 변호사, 정치인, 교육자, 방송인 등 전문가로서의 능력과 업적 및 개인 사생활의 영역 등은 본 칼럼에서 모두 논외로 치고, 그의 학습 방식에는 많은 시사점과 장점이 있으므로 아래에 소개하고자 한다.
전략적인 한 발짝 앞서기: 고승덕 씨는 고시 공부를 위한 학습 계획 수립 시, 남들과 나는 능력이 같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고시 공부를 위해 태어난 것 같은 특별한 천재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시험이라면 평범한 일반인도 경쟁자들보다 단지 조금만 더 앞서면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공부에 임했다고 한다. 따라서 그는 같은 능력 하에서 노력을 조금 더하고 전략적인 공부 계획을 수립하여 앞서갈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것이 목표였다고 한다.
철저한 계량화: 고시 합격을 위해서는 약 50권의 기본서적 및 해설서, 문제집을 숙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는 다른 합격자들의 사례 (일반적으로 권당 5회 독을 완료했다고 한다) 를 연구한 후, 50권을 7번 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권당 300페이지라고 가정하면 50권 x 300페이지 = 15,000페이지가 된다. 그는 최초 1회독에 5달이 걸렸다고 한다. 15,000페이지를 5달로 나누면 매월 3,000 페이지를 보면 된다. 또한 매월 3,000 페이지를 4주로 나누면 750 페이지가 되며, 매주 750 페이지를 6일로 나누면 125페이지가 된다. 즉, 매일 50권을 각 2.5페이지씩 읽으면 50권 x 2.5 페이지 = 매일 125페이지의 분량이 되는 것이다.
처음 1회독에는 5개월이 걸렸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되니 그 다음 2회독은 그 절반도 걸리지 않았고 결국 마지막 7회독의 시점에는 50권을 일주일만에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체화시켜 놓았다. 아는 내용은 쉽게 넘어가고 다시 봐도 모르겠거니와 잘못 이해한 부분만 집중해서 본다면 독서 속도는 더욱 빨라지게 마련이다. 아무리 고시 천재와 대결한다고 할지라도 1주일전에 내용을 전부 읽은 보통 사람이 2~3달전에 읽은 천재에게 질 리가 없다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고승덕 변호사는 고시 2차시험 역시 이러한 학습법으로 1년만에 합격했다. 당시의 2차 과목은 총 8과목이었는데, 과목별로 가장 많이 보는 2권을 각각 선정하여 단권화하는 절차를 거쳤다. 8과목 1회독에도 다시 5개월 가량이 소요됐고 2번째 회독을 시작할 땐 맨 처음에 읽은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남들도 동일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7회독 과정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모든 시험은 시험 전 1주일의 마지막 스퍼트가 가장 중요하다. 승패는 시험 전 1주일을 어떻게 공부하느냐에 달려있고, 그 1주일에 모든 시험과목을 최종적으로 볼 수 있기 위해서는 미리 6~7번은 읽어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 대학의 흔한 공부 방식 중에도 ‘Outlining’ 이라고 위와 비슷한 내용이 있다. 의학, 법학대학원과 같이 수많은 과목에 대해 종합적인 시험을 치러야 하는 경우, 수백~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교재들의 내용을 이미 학기 중에 100 페이지 분량으로 요약 타이핑을 해 놓는다. 그리고 이해한 부분은 목차만 남기고 이해가 덜 된 부분을 다시 50 페이지 분량으로 요약하고, 그 다음에는 30 페이지, 10 페이지, 마지막에는 목차만 죄다 모아서 1~3 페이지 분량의 족보로 줄여 나가는 작업을 말한다. 최종적으로는 목차만 있는 1페이지씩만 시험장에 들고 들어가도 수많은 분량의 책자가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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