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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06/22 여의도 김박사

2017 한국 경제에 대한 예측 #32 도시 재생 사업에 관하여

요즈음 도시 재생 사업이 핫 이슈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고민해 본 바를 적어보지요.

▲ (출처 : 유튜브 문재인 공식채널)

도시재생사업

문재인 정부가 공약하고 있는 도시재생 뉴딜은 "신축 개발형 정비사업이 아니라 도시의 원형과 정체성을 살리면서 재생시키는 도시혁신사업으로 지방분권과 협력적 거버넌스에 의한 추진"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재건축사업이나, 뉴스테이 사업과는 다른 것이지요. 50조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이 공공만으로는 부족하며, 민간재원 조달방식에 대한 여러가지 안들이 나오는 동시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 하는 듯 합니다.

민간 재원 조달 방식

-리츠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 리츠 방식입니다. 리츠의 사전적 정의는 소액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대출에 투자하여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회사나 투자신탁으로 주로 부동산개발사업, 임대·주택저당채권 등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리는 상품입니다.

부동산 개발을 통한 수익을 다수가 공유하기 위하여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참여 기회를 부여하고, 사업 주체는 개발자금을 다수로부터 확보하여 추진동력을 갖춘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수단으로 볼 수 있지만, 우리의 부동산 시장에 작동되고 있는 리츠는 이 개념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지요.

한 금융권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까지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사모(일반이 아닌 특정 투자자, 주로 기관과 금융권 주도) 부동산펀드가 약 97%를 차지하고 있고 지난해까지 상장 리츠는 단 4개뿐입니다. 부동산펀드와 리츠가 도입된 이래 계속 지적 받아온 투자정보의 비대칭성과 한정된 수요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지요. 기관 투자에 편향돼 있고 일반 투자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아 자산시장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현행 리츠는 소액투자자들의 참여경로가 미비한 그들 만의 리그로 개발이익이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독점되고 있으며, 부동산의 장기적인 가치상승 보다는 단기적인 가격차에 따른 수입 분배를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성 사업의 투자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리츠를 별다른 고민 없이 재생 사업에 적용하게 된다면, 다음과 같은 상황들이 예측됩니다. 도시재생 뉴딜은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전환되면서 공간의 장기적 사용가치보다는 단기적 교환가치를 극대화하게 될 것입니다. 리츠에 참여하지 못하는 지역공동체와 사회적 개발 주체들은 자연스럽게 사업기획, 실행, 투자, 성과 공유 전반의 참여 기회가 상실되며, 사업 후 공간의 상품화에 따르는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커지게 됩니다. 수십 조 원의 막대한 공적자금은 외부자본의 이익 실현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 입니다. 결국 도시재생 뉴딜은 사람(Human)이 아니라 자본(Capital)이 중심이 되며, 공동체가 아니라 시장(Market)이 주도하는 개발 사업으로 변질될 것입니다.

리츠를 활용한 도시재생 사례 1호로 소개되고 있는 천안시의 도시재생 리츠 사업의 경우만 보더라도, 2,300여억 원의 사업비 중 천안시 300억 원, HUG 450억 원(투‧융자), 민간자본 1,500억 원이 출자한 구조입니다. 재생을 표방하지만 주민과 공동체가 배제되는 자금조달 방식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지요. 즉, 자본의 배만 불러지고 공동체의 이익은 훼손되고 있는 것입니다.

공동체 주심의 리츠

미국의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에 노스이스트(Northeast) 부동산투자협동조합은 지역 주민 240여 명으로 구성된 조합원들이 출자해 낙후되어 공실로 남아있는 마을기업에 임대하고, 상권을 되살려 지역을 재생시킨 사례입니다. 이로부터 발생한 임대수익은 조합원들에게 배당도 해주고 있습니다. 또 한 사례는 리츠의 공동체버전으로 사루스이스트 포틀랜드(Southeast Portland)의 멀시 콥스(Mercy Corps) 공동체투자신탁 (Community Investment Trust) 있습니다. 이 투자신탁은 지역주민들로부터 매월 소액의 투자를 받아 공간을 재생시키고 지역기업들을 입주시켜 활성화한 후 투자한 지역주민들에게 성과를 공유하는 투자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던 부동산을 삶의 조건이자 터전인 공동체로 바꾸면 리츠와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부를 형성하는 재생 전용 투자 시스템이 구현될 수 있지요.

또한 샌디에이고 다이아몬드 지역의 마켓크릭플라자 사례도 흥미롭습니다. 지역의 제이콥스 재단이 주민들과 함께 큰 규모의 쇼핑몰을 함께 개발하고 운영하며 최종적으로 소유권을 주민에게 이전해 지역자산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사례입니다. 이 사례는 주민들이 처음부터 개발회사의 주주로 참여하여 10년에 가까운 기간에 시설관리회사, 식당, 이벤트 회사 등의 운영에 직접 참여하면서 지역 일자리 창출은 물론 자산 운용 역량을 키워왔으며, 2018 에는 지역주민들에게 재단 소유의 지분을 더 오픈하여 지역주민이 주도적으로 소유 운영하는 쇼핑몰로 전환될 계획이라고 합니다. 2만 평 규모의 쇼핑몰을 개발한 사례를 보면서 공동체 투자에 의한 재생에 있어서 규모는 문제가 되지 않음을 보여 주고 있지요.

재생산업은 사람중심(Human)

사람이 주인인, 공동체에 기반한 도시재생을 추진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하는 전략적 요소들을 보면, 우선 재생사업지의 개별 토지를 신탁방식으로 담아 공유자산화(Commoning)하고, 지역주도로 기획하고 실행하며 가치를 제어할 수 있는 '도시재생 신탁'을 도입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토지의 공동체적 활용을 목적으로 토지비축 기능을 담당하는 지역형 토지은행도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 재생사업에 대한 재원조달은 민·관·공동체의 융합 투자와 지역적 선순환이 가능한 지역 기반 금융 플랫폼으로서 사회적 성과와 배당이 연동되는 '공동체 리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지역주민의 투자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공동체 기반의 다양한 재원조달 방안인 부동산투자협동조합, 도시재생 전용 크라우드펀딩 등의 도입도 필요하지요. 세 번째로, 사업 주체는 지속가능한 재생을 담보할 수 있는 지역 기반 '도시재생법인' 구조를 활용해야 합니다. 이 법인(SPC)은 지역기업의 자격을 갖추고, 재생형 사회적경제조직과 지역 기반의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하여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규모 있는 사업의 경우 중견, 대기업과 공기업, 도시재생법인 간의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추진하는 등 가급적 독점적인 사업 구조를 탈피해야 합니다.

맺음 말

2년 전 외국 주재원들이 살기 좋은 세계 도시 순위에서 서울이 72위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총 440여개 도시 중 72위를 차지한 것이지요. 이 수치에 걸맞는, 그리고 더욱 살기 좋은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무분별한 재건축 등을 통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것이 아니라 주민 공동체 삶의 질을 높이고 자본의 수익이 아닌 공동체의 수익으로 환원되게 하는 도시 재생 사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에디터 : 여의도 김박사

우리나라 4대 일간지의 경제과학부 기자, 외국계 부동산 헤지펀드 근무를 거쳐 현재는 외국계 회계법인에 근무 중이며 블로그(Blog.naver.com/daniel907)를 통해 골프 및 경제 관련 글을 게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