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별 경쟁에 따른 인센티브 (Incentive) 제도 도입
히데요시가 최하급 졸병 시절 주군인 오다 노부나가(織田 信長)의 신발을 겨울철에 품에 안고 녹인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사실 이런 정도는 당시 일본 전국시대의 문화에서 충실한 하인의 자세로서 그리 대수롭거나 보기 드문 정도의 일은 아니다. 그런 것보다 히데요시는 그만큼 낮은 신분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번뜩이는 재치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오다 정권 하에서 차근차근 자신의 입지를 다져나갔고, 노부나가가 천재적인 군사 전략으로 일본 전국시대에서 연전연승을 거듭함과 궤를 같이하여 눈부신 출세의 길을 걸어나가게 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히데요시가 신발 당번에서 나름 승진하여 주방의 식당 당번으로 일할 때의 일화이다. 그는 영내의 성벽 공사가 지휘자의 무능력으로 인해 지지부진하자, 자신이 이를 한번 맡아보겠다고 주군 노부나가에게 제안한다. 항상 적재적소에 능력 위주의 발탁을 추구하던 노부나가는 이를 승낙하고, 히데요시는 기존의 상급자가 1달이 걸려도 완성하지 못했던 성벽 공사를 불과 1주일내에 완공시켜 자신의 경력을 일개 주방담당에서 벗어나 전투 무사의 위치로까지 급격히 상승시키게 되는 발판을 마련한다. 그는 공사를 맡은 즉시 인부들을 10명 단위 조직으로 나누어 경쟁시키고, 담당 구역을 빨리 완성하는 조에게는 조기 완공 인센티브를 약속하였고, 야간에도 물자와 식사를 충분히 공급하여 교대로 쉼 없이 일하도록 독려했다. 이러한 용인술과 야간 시간 활용 방식은 그의 출세 과정 내내 하나의 전략으로 자리잡게 된다. 1500년대 일본의 상황에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참신한 경쟁과 인센티브 체제, 24시간을 풀로 활용한 번개같은 업무 추진 전략이 그의 장기가 되었던 것이다.
조립식 사전 건축방식 (Module Buildings) 을 긴박한 실제 전쟁시에 활용함
히데요시는 이렇게 독특하고 남다른 방식으로 무사로서의 출세 발판을 만들기 시작하였고, 후일 그가 본격적인 독립 부대의 지휘자로 성장하게 된 계기 역시 남들과 다른 전략과 경제를 활용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오다 정권의 하급 무사로 일하던 시절 다시 한 번 주군 노부나가의 어려움을 앞장서서 해결하게 된다.
노부나가는 자신의 영지와 바로 인접한 숙적인 미노(美農)의 사이토(斎藤) 가문을 공략하고 싶어했는데, 미노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소(木曽)강변에 위치한 스노마타(墨俣)라는 모래사장을 통과하거나 그곳에 방어 진지를 구축해야만 했다. 그러나, 스노마타에는 넓은 모래밭이 펼쳐져 있어서 오다 군이 침입할 때 마다 사이토 군은 기소 강을 건너기 전부터 오다 군의 움직임을 충분히 미리 감지할 수 있었고, 오다 군대가 강을 건너게 되면 총력을 다해 이 요충지를 사수하였기 때문에 몇 번이나 공략에 실패하였다. 스노마타 공략에 대한 거듭된 실패로 인력과 물자를 잃게 되자 노부나가는 무리한 공략에 부하들을 몰아댄다는 내부 비판 여론이 일어나고, 최고 사령관으로서의 자질마저 의심받게 되는 궁지에 처하게 된다.
이때 히데요시는 다시 한 번 그의 뛰어난 아이디어로 난국을 타개하게 된다. 기소 강은 천연의 수송로이므로 적의 경계가 어려운 비 오고 어두운 야간을 틈타 강물을 이용하여 상류에서 미리 만들어놓은 뗏목으로 방어용 말뚝과 전망대 등 절반 이상 제작 완료된 건축 자재를 실어 보낸 후, 최소한의 무장으로 몸을 가볍게 한 병사들이 강물을 건너서 뗏목으로 실어 보낸 건축 자재를 모래 언덕 위에 조립하여 적들이 미처 알아채고 몰려오기도 전인 초 단시간 내에 모래밭에 방어 요새를 구축한다는 전략이었다. 이는 후세에 이르러 이른바 ‘조립식 사전 건축방식 (Module Buildings 및 Ready-made 공법)’을 급박한 전투 상황에 실시간으로 활용한 역사상 최초의 사례로 일컬어지고 있다. 뒤늦게야 이를 눈치채고 스노마타 모래밭에 몰려온 사이토 군은 이미 말뚝과 방책과 감시 보루, 공격용 진지까지 순식간에 모래 언덕 위에 세워진 것을 보고 망연자실하여 공격 의욕을 잃고 말았다. 이 전격적인 기습+수송+축성 복합 작전의 대성공으로 히데요시는 오다 군 내에서 본격적으로 ‘독립적인 부대 지휘관’ 자격으로 승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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