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장에서는 일상에서 항상 접하게 되는 협상과 관련된 전략과 경제를 제시해 보겠다.
현대 협상학에 대한 연구는 미국 하버드 대학의 정치∙행정대학원인 케네디 스쿨 내 협상연구소 (Harvard University, Kennedy School - Negotiation Project) 에서 본격적으로 전문화되고 과학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흔히 HNP(Harvard Negotiation Project 의 약자) 라고 불리며, 1979 년에 설립되어 전 세계 협상학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유명한 기관이다.
HNP에서는 숨겨진 욕구(Hidden Interest), 협상결렬 대비 최적 안 수립(BATNA), 전략적 항목 선택 등 많은 이론과 사례들을 정립하였으며, 국내에서는 2005년부터 IMG 세계경영연구원 내 IMG 협상스쿨에서 협상학에 대한 체계적인 소개와 교육 프로그램을 최초로 도입한 바 있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협상학 이론의 대표적인 3가지 내용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보겠다.
① 숨겨진 욕구(Hidden Interest) 파악
올바르고 좋은 협상을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의 표면적인 요구(Position)가 아니라 숨겨진 욕구(Needs & Interest)를 찾아야만 한다. 단순한 예로 한 직원이 월급이 적어서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하는 경우, 그 직원의 요구는 월급 인상이 아니라 미래에의 비전, 자신의 경력 개발과 승진 기회에 대한 관심이 더 큰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런 경우 숨겨진 욕구에만 집착하여 다음 인사평가 때 월급을 올려주겠다고 보장하는 상사는 제대로 된 협상을 한 것이 아니며 다만 표면적인 요구에 대해 기계적으로 대답한 것에 지나지 않다.
협상을 양자간의 윈-윈(Win-win)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창조적 대안도 필요하다. 앞서 말한 월급이 적다고 한 직원에 대해 단순히 월급 인상 여부 한 가지로만 접근하면 서로의 합의가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 이때 ‘앞으로 회사의 중요하고 어려운 프로젝트가 있다면 앞으로 적극 추천하여 투입시키도록 하겠다, 그러면 향후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자연스럽게 승진과 월급 인상이 이루어질 것이다’ 라고 하거나,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해 회사가 제공하는 최고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시켜 주고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야근과 휴일 업무가 없을 것을 보장해 주겠다’ 라는 대안을 제시한다면 직원의 마음은 상당히 흔들릴 것이다.
② 협상결렬 대비 최적안 (BATNA)
자신의 협상력을 최대한 강화시키기 위한 무기는 바로 배트나(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자신이 대신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를 준비하는 것이다. 협상학에서는 극단적으로 배트나가 없으면 반드시 “뭔가 새로 만들어서라도 협상에 임하든지, 아니면 아예 협상에 나서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
하버드 법대 교수이자 협상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저 피셔(Roger Fisher) 교수가 배트나를 활용하여 자동차를 싸게 구입한 사례는 유명하다. 피셔 교수는 어느 날 도요타 자동차를 새로 하나 사기로 결정하고 보스톤 시내의 7군데 자동차 딜러에게 들러서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고 한다.
“내가 도요타 자동차를 사려고 하는데, 다음 3가지 조건만 만족하면 다른 것은 어떻든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첫째, 에어컨이 있어야 하며, 둘째, CD 플레이어가 있어야 하며, 셋째, 자주색이 아니어야 합니다. 이 3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다른 건 상관없습니다. 이제, 당신이 내게 차를 팔 수 있는 가장 낮은 가격을 적어서 봉투에 넣어 주십시오. 나는 오늘 하루 종일 시내에 있는 모든 딜러를 찾아 다니며 똑같이 요구하고, 마지막 딜러를 방문한 다음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에게 차를 사겠습니다.”
실제 이렇게 행동한 피셔 교수는 공장도 가격에도 미치지 않는 좋은 가격에 차를 살 수 있었다고 한다. 확실한 배트나가 다수 있는 경우 상대방은 엄청난 압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협상학 교실에서 가르치는 바에 따르면, 배트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발하고 만드는 것이며, 최종 결정이 배트나보다 뒤쳐지는 것이라면 즉시 결정하지 말고 미루거나 아예 취소하라고 하며, 자신에게 강력한 배트나가 있으면 이를 빨리 상대에게 알리라는 3가지 원칙을 가르치고 있다. “저에겐 사실상 당신 말고도 다른 충분한 대안이 있습니다”라는 표현을 통해 강력한 배트나가 있음을 알린다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현재의 대안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심리적 부담과 조급함을 느껴 협상을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③ 전략적 항목 선택
이외에도 협상학에서는 꼭 이길 조건과 양보할 수 있는 조건을 사전에 전략적으로 정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협상 항목이 총 20개에 달한다면 꼭 이기고 싶은 조건을 3~4개, 또한 져도 될 만한 조건(Dummy)을 3~4개 정하라고 한다. 만약 상대방이 더미를 먼저 건드린다면 머리를 싸매고 엄청나게 화를 내며 불평하면서, 꼭 이기고 싶은 조건을 확보하여 윈-윈(Win-win) 상황을 달성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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