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과 설득은 상호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다음으로는 설득의 전략과 경제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미국에서 발달한 사회심리학 중 ‘설득의 전술 (Persuading Tactics)’ 에서는 대표적인 전술 5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미국에서 ‘전략 (Strategy)’ 이 아니라 ‘전술 (Tactics)’ 이라는 하위의 개념으로 일컫는 데 존재하는 분명한 차이를 기억하여 주시기 바란다.
* 본 칼럼의 제5회 연재분에서 가치사슬 (Value Chain) 상의 다수의 부서에 영향을 미치므로 전사 투입자원 차원에서 일상적, 통상적이지 않은 결정을 요하는 것이 전략적 의사결정이며, 전체 조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1~2개 부서의 실무, 실행 차원의 결정 사항이 전술적 의사결정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아무튼 이 5가지 전술에는 구체적으로 ‘문 앞에서 발 밀어 넣기 (Foot-in-the-door, FITD Technique)’ 와 ‘문안에 얼굴 들이밀기 (Door-in-the-face, DITF Technique)’ 의 서로 반대되는 2가지 전술이 있다. 또한 이외에도 혼란 후 재구성 (Disrupt-Then-Reframe), 하찮은 호의의 정당화 (Legitimization of Paltry Favors), 하지만 당신 마음대로 (But You Are Free, BYAF) 등의 3가지 전술이 있다고 한다.
① 문 앞에서 발 밀어 넣기 (Foot-in-the-door, FITD Technique)
먼저 FITD 는 ‘잠깐 현관 문 입구에 들어가도 되는지요?’와 같은 작은 요구를 먼저 해보고, 상대방이 그것을 받아들이면 점차 ‘이 물건 한번 구경해 보시죠?’ 와 ‘무료 샘플이 있는데 부담 없이 한번 써 보시겠어요?’ 로 나아가서 결국 ‘샘플이 맘에 드시면 한번 사보지 않으시겠어요?’ 하는 좀더 큰 요구로 서서히 나아가는 방법이다. 첫눈에 반한 여성에게 말을 걸 때도 마찬가지이다. 갑자기 사귀자거나 결혼하자거나 하고 말을 거는 방식은 대부분 반발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이 어려워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금 몇 시인가요?’, ‘여기 오시는데 얼마나 걸리셨어요?’ 등이 그것이다. 한두 번의 질문에 상대방이 대답을 해주면, 그 다음 한 발자국 나아간 접근이 가능하다. 상대방의 마음에는 당신의 질문에 대답했다는, 즉 거부하지 않고 당신을 받아들였다고 하는 긍정적인 움직임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한 번 상대방의 요구나 질문에 응하면, 그 다음 번 요구나 질문이 갑작스럽게 커지지 않는 한 다소 받아들이기 쉬운 태세가 된다.
② 문안에 얼굴 들이밀기 (Door-in-the-face, DITF Technique)
다음 DIFT 는 FITD 와는 정반대의 전술로, 확실하게 거절당할 큰 요구를 먼저 제시하고 상대방이 그것을 거절하면 물러나서 보다 작은 요구를 하는 방법이다. 앞서와는 반대로 방문판매원이 문 안에 먼저 얼굴을 불쑥 들이민 후 ‘이 물건 한번 사보시겠어요?’ 라고 말한 뒤, 상대방이 부담스러워서 거절한다면 ‘죄송합니다. 그럼 샘플과 팜플렛만 놓고 가도 될까요?’ 하고 물러서는 방법이다. 사실 방문판매원 입장에서는 초면에 샘플과 팜플렛만 놓고 가도 성공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처음에 바로 거절했다는 부담감을 덜고 작은 요구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③ 혼란 후 재구성 (Disrupt-Then-Reframe)
할인 마트에서 흔히 쓰이는 방식으로, 기존 가격이 9천9백원에 1개인 제품을 ‘\19,800 에 2개’ 라고 하는 방식이다. 한편, 제품 용량을 한 개당 1/3 로 줄인 후 개당 4천원의 가격을 붙인 뒤에, 3개를 사면 1만 2천원이 아니라 9천9백원으로 할인해준다고 하는 방식도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 분들이 머리에 혼란을 일으키고 계산이 복잡하다면 이미 이 전술은 반쯤 성공한 것이다.
④ 하찮은 호의의 정당화 (Legitimization of Paltry Favors)
미국의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기부나 헌혈을 부탁할 때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좋습니다 (Every little penny helps)’ 라든가, ‘평생의 한 번 헌혈이라도 도움이 됩니다 (Even a donation one time in your life will help)’ 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부탁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몇 배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설득 전술은 명확하고 간명한, 인쇄된 문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 최대한 부담 가지 않도록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것에 핵심이 있다.
⑤ 자유 재량권 부여: 하지만 당신 마음대로 (But You Are Free, BYAF)
이 ‘자유 재량권 부여’의 전술은 그야말로 간단하다. 상대방에게 뭔가 설득할 경우, 맨 끝에 가서 ‘선택하건 말건 당신 마음대로이다’ 라고 한 마디만 더 추가하는 것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간단하면서도 실제로 엄청난 효과가 있다. BYAF 전술을 사용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성공 확률은 무려 2배의 차이가 있다고 2만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가 있다. 사람은 ‘아니오 (No)’ 라고 말할 자유가 있을 때 심리적으로 더 편안하게 외부의 설득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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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siaherald.co.kr/news/2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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