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과 경제의 타임머신 – 못다한 이야기 (Director’s Cut) #69] 이순신 장군의 전략과 경제 ⑤ - 경제 전쟁 수행의 대가 ::::: 세상을 바라보는 열린신문 아시아헤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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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01/31 윤승환, 정승원

[전략과 경제의 타임머신 – 못다한 이야기 (Director’s Cut) #69] 이순신 장군의 전략과 경제 ⑤ - 경제 전쟁 수행의 대가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발발 이후 조선의 군수 지원 체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군량의 자체 해결을 위해 둔전을 경영하고, 염전을 일구어 자금을 확보하는 등 자체적인 경제력을 가동하여 군선과 무기 제작을 활성화하였다. 장군 특유의 디테일하고 총체적인 경영 전략이 매사에 발휘되었던 것이다. 이때 왜군들의 침입으로 인해 마땅히 갈 곳과 할 일이 없어진 피난민들은 장군의 전략과 능력에 의존하고, 또 장군 휘하에서 그나마 원활하게 가동되는 농업, 상공업 등의 경제 시스템을 의지하여 더욱 몰려들게 되었고, 이는 더욱 더 경제 활동과 군수 물자 생산을 원활하게 하는 ‘오픈 플랫폼 (Open Platform)’ 식 선순환 효과를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다.

명량대첩의 사례에서도 효율적인 전략의 승리가 돋보인다. 명량해전은 적군 약 130척 (*300척 이상이라는 설도 있다) 대 아군 13 척이라는 10배 이상 되는 규모의 차이를 극복하고 승리를 거둔, 세계 해전사에 유례가 없을 사례이다. 이때 장군은 병력의 우세만 믿고 덤벼드는 왜군을 비좁은 명량해협으로 유도했다. 명량해협은 길이 1.5킬로미터, 폭 500미터 가량의 좁은 해로로서 대부대가 이동하기에는 턱없이 좁은 지역이므로 설사 130척의 대부대라고 해도 한번에 일렬로 나란히 서서 통과할 수 있는 배는 그리 많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를 이용하여 장군이 왜군의 선두 함선부터 차례 차례 장거리 포격을 이용해 격파하자, 도리어 부서진 왜군 배의 잔해와 파편들이 후속 부대의 추가 진격을 방해하였다. 게다가 명량의 거센 물결이 회오리 치듯이 좁은 공간의 왜군 배들을 서로 부딪히게 하자 수많은 배들이 마치 아이스크림이 녹아 내리듯이 부서지고 무너져 버린 것이다. 이는 충무공의 과감한 지휘와 불굴의 용기에 더하여, 지형과 해류의 흐름과, 아군 판옥선과 왜군 전투선의 장단점 (판옥선은 배 밑바닥이 넓고 평평한 평저선으로 수심이 얕은 곳, 물결이 센 곳에서도 안정적으로 운행과 회전이 가능하나, 왜군 전투선은 배 밑바닥이 뾰족한 첨저형으로 속도가 빠른 장점은 있으나 좁은 구역에서 회전 반경이 좁고 거센 물결에 취약함) 까지 머리속에 넣고 계산하였던 지략의 승리라고 하겠다.

한편, 장군은 명량대첩의 대승 직후 고금도로 진영을 옮겼다. 그런데 명량의 대승에도 불구하고 워낙 물자가 빈약한 상황에서 왜적과 맞섰기 때문에 금방 군량이 거의 떨어지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난민으로부터 강제로 곡식을 빼앗는 것은 장군의 명성과 성격에 전혀 걸맞지 않는 일이었다. 이때 장군은 또 한번의 혁신적인 경제 전략으로 이 위기를 탈출한다. 그것은 ‘해로통행첩 (海路通行帖)’이라는 제도였다. 바닷길을 다니는 배에 대해 통행증을 발급하고, 그 대신 곡식을 걷어 군사들을 먹여 살리고자 한 것이다.

이때 피난선의 크기에 따라 큰 배는 곡식 3석, 중간 배는 2석, 작은 배는 1석의 곡식을 내고 통행첩을 얻고 자유로운 통행과 어업 행위를 보장받았다. 당시 많은 피난민들이 자신의 배에 재물과 곡식을 싣고 생명을 지켜줄 장군의 수군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해로통행첩과 같은 규제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거나 거부를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가워했다.

통행첩 발급 결과 10일 동안 장군의 수군은 무려 1만여 석의 군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장군은 자신을 따라온 피난민들을 고금도와 인근 섬에 안착시켰다. 섬이 안정될 수록 피난민들은 안전을 위해 더욱 몰려들었다. 장군은 그들을 군사로 확보했고, 전선을 제조할 인력으로 활용했다. 또한 해로통행첩은 다목적으로 활용되었다. 수군의 입장에서는 백성과 일본군 간첩을 구별하는 수단이었고, 백성들은 수군으로부터 생명을 보호받는 방법이었다. 백성의 입장에서는 피난하면서 배에 싣고 다니는 곡식의 일부만 수군에 제공하면 끝나는 간단한 일이다. 게다가 수군이 지키는 안전한 곳에서 농사도 지을 수 있어 백성들은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장군 휘하의 수군이 되어도 전혀 불안한 선택이 아니었다. 장군의 부하가 되면 죽지 않고 살 수 있고, 승리를 하면 그 공로로 표창까지 받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인 것을 이미 장군이 수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장군은 고금도에서 해로통행첩 외에도 13개소의 염전을 만들고 고기를 잡아 그 돈으로 철과 동을 사들여 무기를 만들었다. 그래서 명량해전으로부터 불과 1년 뒤에는 전선 40여척을 새로 건조하고, 8,000명의 군사를 새로 훈련시키고, 1만석의 군량미를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조정의 지원도 전혀 없이 조선 수군을 혼자 힘으로 복구해낸 것이다.

장군은 실로 한국 역사상 보기 드문 전략과 경제를 겸비한 대가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며, 앞으로 장군의 리더십과 애국심 못지 않게 전략과 경제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바로 후세에 한민족의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되도록 하기 위해 치열하고 급박한 전쟁의 와중에도 세세한 사항에 대해 기록을 남긴 장군의 뜻이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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