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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02/08 박현정

[생활투자이해 #46] 공모주 투자의 본질은 차익거래

(좌: 최인우 펀드매니저/우: 신진오 투자전문가)

60대 초반인 서씨는 남편 은퇴 후 은행예금에서 지급받는 이자소득으로 노후생활을 하고 있었다.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예금금리가 하락하여 소득이 줄어들자 대체 투자 수단을 알아보다가 ‘공모주 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공모주 투자가 매력적이라고 판단하여 공모주 투자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공모주 투자를 시작한지 3년이 자나자, 공모주 투자를 하여 투자원금 대비 년 5%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세금효과 등을 감안하면 은행이자와 비교할 때, 그녀의 투자 수익률은 은행예금 이자의 두 배 수준이 되었다.

2014년 말, 서씨는 11월에 있을 삼성SDS와 12월에 있을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삼성SDS와 제일모직(구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은 공모주 투자자들에게는 ‘축제의 장’ 이었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삼성이라는 대기업 계열사인데다가 이 두 회사의 상장은 ‘삼성그룹의 후계 승계구도’라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서씨는 가용한 자금 5억원을 총 동원하여 두 회사의 공모주 청약에 참여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2014년 11월, 삼성SDS의 청약이 시작되었다. 삼성SDS의 청약경쟁률은 ‘134 : 1’이었고 공모가는 주당 19만원 이었다. 134대 1이라는 청약경쟁률과 50% 청약증거금(발행회사가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유가증권을 모집 또는 매출할 때 그 응모자가 주식대금 또는 회사채의 대금을 납입하기에 앞서 그 증거금으로 증권사에 예치하는 금액. 일반적으로 개인투자자는 신청 물량의 50%다.)을 감안하면, 5억원을 청약했지만, 40주만 배정받았다. 40주에 대한 투자금액은 최종적으로 760만원에 불과했다. 5억원을 청약했지만, 760만원 어치 만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서씨는 공모주 투자를 할 때, 상장 첫날 무조건 매도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장 첫날 시초가가 100% 상승하여 주당 38만원이 된다고 하더라도 수익금액은 760만원이다. 5억원을 투자한 것 치고는 기대수익이 작다고 생각되는가 ?

이것을 기간으로 따져보면 결코 작은 수익이 아니다. 서씨가 삼성SDS 공모주 청약을 위해 5억원을 증권사에 맡기는 기간은 4일이다. 당시 은행예금 금리가 2% 수준이었으므로 5억원에 대한 4일의 기회비용은 1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삼성SDS를 상장 첫날 매도하여 벌이 들이는 기대수익은 760만원이므로 5억원을 4일간 투자하여 벌어들이는 순수익은 750만원이 된다. (760만원 – 기회비용 10만원) 이것을 기간을 감안한 연환산수익률로 계산해 보면, 137%가 나온다. 증권사에 계좌를 트고 자금을 몇 번 이동하는 것만으로 이정도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SDS는 2014년 11월 14일에 상장되어 시초가가 공모가 19만원의 두배인 38만원으로 시작했다. 서씨는 상장 첫날 시초가를 결정하는 동시호가에 40주를 모두 매도하여 예상했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2014년 12월에 진행되었던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을 살펴보자. 서씨는 삼성SDS 공모주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제일모직 공모주에도 청약했다. 제일모직은 삼성SDS에 대한 공모주 투자자들이 투자에 성공하자,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공모주 청약 사상 최대인 30조원의 자금이 몰렸으며, 청약경쟁률은 ‘195 : 1’ 이었다.

서씨는 이번에도 역시 5억원을 청약하였으며, 제일모직의 공모가는 주당 53,000원, 195대 1의 청약경쟁률과 50%의 청약증거금을 감안하여 97주를 배정받았다. (청약증거금률이 50% 이기 때문에 5억원을 맡기면 10억원 어치를 청약할 수 있다.)

제일모직은 2014년 12월 18일에 상장하였고,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 53,000원의 두배인 106,000원으로 결정되었다. 서씨는 이번에도 역시 시초가가 결정되는 동시호가에 97주를 전량 매도하여 5,141,000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이것을 투자 기간을 감안한 연환산수익률로 따져보면, 91%에 달하는 높은 수익률이다. 서씨가 5억원을 은행예금에 1년간 넣으면 받을 수 있는 이자금액이 당시 금리 2% 정도라고 감안하면, 1천만원 수준인데, 두건의 공모주 투자를 하면서 5억원을 8일간 증권사에 맡기고 벌어들인 수익이 1,274만원인 것이다. 은행 예금의 수익률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수익이라고 볼 수 있다.

앞에서 주식투자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기대수익이 높은 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공모주 투자도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일까 ? 그렇지 않다. 공모주 투자의 본질은 비상장 상태일 때의 거래가격과 공모가의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라고 볼 수 있다.

삼성SDS의 예를 들어보면, 삼성SDS가 상장하기 직전의 장외 거래가격은 주당 35만원 수준이었다. 결정된 공모가 19만원보다 16만원이나 높은 수준이다. 상장 첫날 시초가는 동시호가에서 결정되는데, 공모가의 90%에서 최대 두배가 되는 금액까지 결정될 수가 있다. 즉, 17만1천원에서 38만원 사이에서 시초가가 결정되는 것이다. 공모주 투자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상장 첫날 시초가가 적어도 상장 직전 거래가인 35만원 수준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싼 공모주 투자를 하지 왜 비싼 비상장 상태의 주식을 살까 ? 앞서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예를 들었지만, 비상장 상태의 장외거래가와 공모가와의 괴리가 큰 ‘인기 있는 주식’은 청약을 하더라도 청약경쟁률 때문에 배정물량이 적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축제의 장’이었던 이유는 공모 금액이 워낙 커서 투자자들이 그나마 많은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었던 데에 있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이 공모를 할 경우, 공모가와 장외거래가 간에 괴리가 큰 인기 있는 주식의 청약경쟁률은 ‘1,000대 1’을 상회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상장했던 2014년에는 공모주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이 20% 수준까지 올라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2014년은 좀 특별했고, 원래 공모주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년 5%~7%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