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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03/29 박현정

[생활투자이해 #51] 어느 회계사의 이유 있는 벤처투자

(좌: 최인우 펀드매니저/우: 신진오 투자전문가)

1997년, 공인회계사 신씨는 대형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가 동료 회계사 몇 명과 함께 독립하여 별도의 작은 회계법인을 설립했다. 처음에는 큰 울타리에서 벗어나 허허벌판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이었지만, 열심히 하는 만큼 대가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영업을 위해 뛰어다녔다.

신씨는 자신의 회계법인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큰 기업에 대한 수주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여 틈새시장을 공략하기로 결정했다. 세무 및 기장업무를 수주하기 위해 경기도 지역 공단에 입주해 있는 중소기업에 팜플렛을 돌린다든지, 서울 지역에서도 직원이 몇 명 되지 않는 소규모 회사를 방문하여 영업을 했다. 열심히 발로 뛴 덕분에 여러 소규모 기업들로부터 세무 및 기장업무를 수주하여 순조롭게 일이 풀리는 듯 했다.

신씨가 독립한 해인 1997년, 대한민국에 외환위기(대외 경상수지의 적자 확대와 단기유동성 외환 부족 등으로 대외 거래에 필요한 외환을 확보하지 못하여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는 현상. 경제 선진국인 영국과 멕시코가 위기를 겪어 IMF의 원조로 극복하였고, 1997년 여름 이후에는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도 외환위기를 맞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금융기관의 부실, 차입 위주의 방만한 기업경영으로 인한 대기업의 연쇄부도, 대외신뢰도 하락, 단기외채의 급증 등으로 1997년 외환위기를 겪게 되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모라토리움(채무지불유예) 선언을 할 사태에 이르자 1997년 12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여, IMF로부터 195억 달러, 세계은행(IBRD)과 아시아개발은행(ADB)으로부터 각각 70억 달러와 37억 달러를 지원받아 외환위기의 고비를 넘겼다.) 가 닥쳤다. 신씨의 회계법인 역시 외환위기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다. 외환위기로 인해 기업들이 망하면서, 일을 해주고 대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망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기업들도 자금사정이 어려웠기 때문에 회계법인에 줄 대금을 차일피일 미루는 실정이었다. 그런 와중에 한 거래 기업의 사장이 신씨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아시다시피 상황이 좋지 않아서 직원들 월급도 제 때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회계사님께는 면목이 없네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그 동안 밀린 기장 및 감사보수를 우리회사 주식으로 드리면 어떻겠습니까 ?”

그 당시 신씨가 볼 때는 이런 작은 기업의 주식을 받아봐야 현금화 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지만, 거래 기업의 사정도 모른 채 할 수는 없었고 아무것도 안 받는 것보다 주식이라도 받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밀린 기장료와 감사보수를 이 회사의 주식으로 받다 보니, 이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겠다 싶어서 신씨는 수금이 안 되는 다른 거래회사에 가서 이런 방법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수금을 하지 못하여 현금 대신 주식으로 받은 거래 기업이 20군데가 넘게 되었고, 신씨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중소기업의 주식에 투자한 상황이 되었다. 이 후 곧 외환위기는 진정되었다. 외환위기 이 후 정부는 ‘벤처특별법’을 선포하면서 벤처기업 육성에 나섰는데 이로 인해 많은 중소기업들이 코스닥에 상장을 하게 되었고, 코스닥 시장은 2001년도까지 급속도로 팽창했다.

이 시기에 신씨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기업 20여군데 중 3군데가 코스닥 상장을 했고 신씨는 벤처기업 주식을 현금화 할 수 있었다. 이 때는 네델란드 튤립 버블(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에 대한 과열투기현상으로, 역사상 최초의 자본주의적 투기라 전해진다. 당시 네덜란드는 작물산업의 호황과 동인도회사 등에 기초한 풍부한 재정에 힘입어 유럽에서 가장 높은 1인당 국민소득을 기록했고, 이로 인해 부에 대한 개인들의 과시욕이 상승하면서 튤립 투기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후, 튤립버블은 정보기술(IT) 거품이나 부동산 거품 등이 부각될 때 거품의 역사적 선례로 많이 오르내리는 말로 등장했고, 최근에는 자산가격이 내재 가치에서 벗어나는 경제 거품을 가리킬 때도 사용되고 있다.)에 버금가는 벤처버블이 일어났던 시기였기 때문에 신씨가 3군데 기업의 주식을 코스닥 시장에서 매도하여 회수한 돈은 100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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