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투자이해 #54] 생활 투자 관점에서 본 벤처기업 투자 ::::: 세상을 바라보는 열린신문 아시아헤럴드 :::::

처음으로 l 로그인 l 회원가입 l 아이디/비밀번호찾기 l 2024.11.17 (일)

트렌드

스타트업

투자

글로벌

이벤트

인터뷰

칼럼

사업공고

카드뉴스

처음으로 > 칼럼

http://www.asiaherald.co.kr/news/23280

발행일: 2018/04/19 박현정

[생활투자이해 #54] 생활 투자 관점에서 본 벤처기업 투자

(좌: 최인우 펀드매니저/우: 신진오 투자전문가)

이번 시간에는 생활 투자 관점에서 본 벤처기업 투자에 대해 살펴보자.

공과대학을 졸업하여 반도체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는 박씨는 2009년도에 벤처기업 투자를 제의 받았다. 반도체 장비 회사였는데,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박씨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 회사는 대기업 수주가 증가하고 있어서 설비투자를 했는데, 설비투자를 하다 보니 기업의 운전자금(working fund, 運轉資金, 경영자금이라고도 하며, 설비투자에 소요되는 설비자금과 구별된다.)이 부족하여 투자자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이 기업은 은행 대출을 받을 만큼 받아서 추가로 대출을 받기는 어려웠다.)

박씨가 검토해 보니, ① 이 기업의 대표이사는 그 전부터 잘 알고 있었는데,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영업능력이 뛰어난 사람이고, ② 대기업으로 수주가 증가하고 있는 초기 단계여서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해 보였고, ③ 이 기업에 합류한 엔지니어들이 박씨가 보기에는 괜찮은 사람들이었으며, 개발한 장비들이 스마트 폰 등 새로운 산업에 적합한 미래지향적인 제품이었다. 박씨는 반도체 엔지니어로서 오랜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 분야의 인력들을 잘 알고 있었다.

박씨는 이 회사가 앞으로 잘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했고, 잘 알고 있었던 대표이사를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주당 2천원(액면가 5백원의 4배수)에 2천만원을 투자했다.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박씨의 여유자금으로 투자했으며, 이 자금은 투자한 회사가 망해서 한 푼도 건지지 못하더라도 그의 생활에 전혀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는 돈이었다.

박씨는 투자한 것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본연의 생활에 열중했으며, 2~3달에 한 번 정도 이 회사의 대표이사와 통화하면서 회사 근황을 듣곤 했다.

박씨가 투자한 지 3년이 지나자, 코스닥에 상장이 가능할 정도로 이 회사의 실적이 좋아졌고, 이 회사의 대표이사로부터 그 다음해에 예정된 수주량이 너무나 많아서 회사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박씨가 상장은 언제 하느냐고 물어보니, 대표이사는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신청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회사의 실적이 급격하게 호전되고, 상장에 대한 소문이 돌자 박씨는 많은 비상장 주식 중개인들로부터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박씨는 주식을 매도하려고 내 놓지도 않았는데, 자기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급하게 매도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주식 매도가격을 비싸게 부르고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주당 2만원 이하로는 팔 생각이 없습니다.”

박씨는 전화를 건 중개인을 포기시킬 생각으로 본인의 투자원가보다 열 배 높게 가격을 제시한 것이었다. 그런데, 중개인이 주당 2만원에 바로 매수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박씨는 얼떨결에 4년간 보유하고 있었던 이 기업의 주식을 매도하게 되었다.

박씨는 4년전에 2천만원을 투자하면서 이 주식의 가치가 열 배나 올라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대표이사가 똑똑한 사람이라서 회사가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잘 아는 기업을 도와준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이다.

그는 주당 2천원에 매수한 주식을 주당 2만원에 매도하여 총 2억원을 회수하였는데, 여기서 최초 투자원금 2천만원과 양도소득세, 거래세 및 제비용 2천만원 정도를 제외하고 1억6천만원을 상회하는 금액을 순수 투자수익으로 챙기게 되었다.

박씨의 벤처 투자 성공 포인트는 무엇일까 ? 앞서 설명한 회계사 신씨의 사례와 비교하여 생각해 보자. 회계사 신씨는 투자수익을 목적으로 벤처기업에 투자를 한 것이 아니고 외상매출금을 주식으로 대물변제 받은 것이었다. 박씨의 경우에도 벤처 투자를 하기 위해 투자 건수를 찾아 다니다가 투자를 한 것이 아니고, 우연히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를 도와줄 겸하여 투자를 하게 된 것이었다.

두 사람 모두 투자수익 만을 목적으로 투자를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기다릴 수 있었다. 벤처 투자는 ‘장기 투자’이다. 상장주식처럼 단기적인 변동성에 신경을 써서는 안 된다. 큰 흐름을 보고 투자를 해야 하며, 투자 후 5년 이상 보유하는 사례도 많다. 벤처 투자를 통해 성공적으로 투자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성공 포인트 중 다른 하나는 박씨와 신씨, 두 사람 모두 생활 속에서 벤처 투자를 했다는 점이다. 신씨는 본인의 일과 관련하여 흘러 들어온 투자기회를 자연스럽게 포착했고, 박씨는 본인이 잘 알고 있는 산업분야를 영위하고 있는 기업 중에서 본인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기업의 투자기회가 왔을 때, 이를 놓치지 않았다.

다음시간에는 스타트업 벤처 투자에 대해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