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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05/03 허지수 기자

[스타트업 패러독스]3.BM과 BI-08.성공의 역설

(좌: 박항준 비즈니스모델 전문가/우: 박현정 액셀러레이터)

이번 시간에는 성공의 역설대해 살펴보자.

생존이 우선이고 다음이 사냥이다. 살기위해 사냥하는 것이지 사냥을 위해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은 생존기술이지 시장의 존엄함도, 기업가 정신도, 리더십도 아니다.

“한 번에 사냥에 성공한 사냥꾼은 머지않아 코끼리에게 밟혀 죽는다.”

최종 목적을 위해 세운 목표를 채워나가되 중간 중간 부딪히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생존기술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할 뿐이다. 이게 다다. 이 ‘절실함’이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기본 역량이다. 생각보다 스타트업의 필요역량이 단순하지 않은가?

솔직히 말하면 단순화 시켜야 한다.

너무 많은 성공요소를 제시하면 기억할 수도 없고 혼란만 가중할 뿐이다. 이제 막 시동키고, 직진만할 줄 아는 임시면허소지자에게 너무 많은 운전스킬의 주문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준비할 조직도, 인력도, 자금도 없다. 단순화하고 단순화하되 매력적이어야 한다. 특히 비즈니스모델이 매력적이어야 생존한다. 생존이 우선이고 다음이 사업이다. 생존 없는 사업 없다. 사업에 실패해도 생존해야 다음에 또 도전할 수 있다. 사업 실패의 경험은 성공의 확률을 높이지만, 생존 실패는 그대로 끝이다.

이제 사업계획서가 아닌 생존계획서를 쓰게 해보자.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이다.

※생존을 위한 기반

필자는 대학기술지주에 근무하고 있다. 사업 전반에 관한 액셀러레이팅을 수행하는 기술지주는 ‘생존’을 가르치는 곳이지 ‘성공’을 가르치진 못한다. 생존은 정형화된 룰이 있다. 창조적이기 보다는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성공은 정형화된 룰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기술지주에 처음 입사해보니 4년 전에 만들어진 4개 자회사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중 한 회사는 휴먼기업이었다. 입사 후 첫해 4개의 스타트업을 만들거나 투자했고, 다음해 5개의 회사가 자회사가 되었다. 이제까지 20여개의 자회사 생겼다.

혹자는 묻는다! 너무 많이 만들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지 않느냐며, 20개의 자회사가 관리가 되냐고 말이다.

혹자는 칭찬한다. 한 기업만 건지면 되니 그렇게 많이 뿌려 놔야 확률이 높아지니 잘 한 거라고 말이다.

둘 다 틀렸다. 기술지주의 자회사를 만드는 기본 전략은 ‘생존’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20명의 스타트업 CEO를 진짜 기업CEO로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스타트업 패러다임이이라는 껍데기를 깨주면서 말이다.

한 번에 성공하는 기업이 있으면 좋겠지만 말 그대로 그건 운이다. 대학기술지주회사는 스타트업의 생존에 목적을 두고 있다.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연말에 결산할 정도로 회사가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한마디로 “살아만 있어줘서 고맙다”이다. 처음부터 태생적으로 훌륭한 CEO는 없다.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 심지어 성공사례를 너무 많이 읽어서 나오는 얘기다. 경험 없는 창업자들이 스타트업이라는 껍데기를 벗고서 진짜 CEO, 진짜 기업이 되려하면 수 없는 사냥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그 실패를 묵묵히 지켜봐주고 사냥터에서 생존해 줄 것을 기대하고, 지원해주고, 응원해 주는 것이 기술지주의 역할이다. 아니 그것 밖에 할 일이 없다. 기술지주가 대신 사냥을 해줄 수도 없다.

이렇게 몇 해가 지나가면 사냥의 경험이 쌓여진 창업자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의사결정 방식도 나름 자리를 잡는다. 경험이 쌓이고, 조직이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조금씩 고용이 창출된다.

물 불 가리지 않고 자회사를 만든 게 아니란 얘기다. 세상에 나쁜 아이템은 없다. 다만 나쁜 시장만 있을 뿐이다. 창업자들이 생각하는 아이템을 감히 평가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다. 지금의 기술이 한방에 코끼리를 무찌를 수는 없을지 몰라도 언젠가 코끼리를 제압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일부 사냥에 경험 있는 멘토들이 창업아이템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지적질 하는 데에는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굳이 학생들이라면 인생경험이 적으니 가르치는 목적이 있으니 그렇게 한다 치자.

사회 경험이 있는 창업자들이 자신들이 경험했던 분야에서 나온 창업 아이템에 대해 비전문가가 “된다”, “안된다”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접근이다.

창업경진대회에 학생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어플화해서 출시하기를 희망해서 멘토링을 수행했다. 그런데 주최측으로부터 어플은 원칙적으로 거의 입상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플신청이 너무 많아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정부는 앞으로 청소년들에게 S/W 프로그램 교육을 전면 의무화시키고, 우리는 하루에 기본적으로 2~30개의 어플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참 스타트업 환경이 척박한 나라다.

다음시간은 비지니스 아이디어의 역설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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