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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02/01 허지수 기자

[스타트업 패러독스]1.스타트업과 대기업-08.브랜드 패러독스②

(좌: 박항준 비즈니스모델 전문가/우: 박현정 액셀러레이터

최근 O2O마케팅, SNS마케팅, MCN(Multi Channel Networks)서비스 등이 유행이다. 이제 기존 광고채널을 활용하지 않고도 다양한 홍보를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 전파할 수 있다.

앞서 말한 아름다운 백조 아래 눈물 나게 헤엄치는 발의 적나라한 모습을 자세히 보자.

백조의 발

2006년 경 필자는 한참 한우(韓牛)사업의 매력에 빠진 적이 있다. 상장사를 운영하던 나는 한우관련 펀드 설계와 더불어 한우농장에 대한 투자, 심지어 대규모 한우레스토랑까지도 운영한 적이 있다.

500평을 임대에서 240석을 갖춘 꽤 큰 규모였는데 개업한지 2개월이 지날 때 즈음 지인의 부탁으로 5만 원 짜리 한우정식메뉴를 2만5천원에 판매하게 되었다. 이제는 유명해진 티켓몬스터라는 소셜커머스업체가 막 서비스를 시작하는 시기였던 것이다.
한국말도 제대로 구현되지 않던 23살 군미필 몇 명의 유학파 젊은이들의 노력이 가상(?)하기도 하고, 티몬이라는 서비스가 그리 유명하지 않던 초기라 큰 부담 없이 하기로 했는데 상대적으로 당시에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대략 1400여장이나 팔리기 되었다.

그런데 판매가 종료되고 서비스를 시작하던 3일 째 되던 날 갑자기 티몬 담당이사의 다급한 전화를 받게 되었다. 우리 레스토랑 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해서 티켓 취소가 빈발하고 있으니 빨리 대책 좀 세워달라는 요청이었다. 알고 보니 다름 아닌 일명 ‘호박전 쑥갓’사건이 터진 것이다. 어느 한 고객이 자신이 식사를 해보니 티몬 손님은 차별대우를 받았다는 주장의 글이 올라온 것이었다.
당시에는 티켓을 구매한 이들이 티몬의 해당 게시판에서만 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고, 할인이 되어도 워낙 ‘고가’인지라 주로 돌이나 백일, 기념일이나 고희, 심지어 집안 간 상견례를 목적으로 한 구매고객들이 많아 서비스의 질에 아주 민감하고, 예민했던 것 같다. 결국 4~50명이서 백 장 이상의 반품 요청이 쏟아져 나왔다.(그 시기에는 구매자 즉시 환불시스템이 없었고, 티몬 쪽에서 환불 승인을 해주는 시스템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호박전 쑥갓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티켓 판매를 위해 사이트에 각 음식별 이미지 사진을 올렸다. 이미지에는 호박전에 쑥갓이 예쁘게 계란과 함께 붙여져 있었던 거다. 그런데 장마철이라 그날 쑥갓이 식당으로 들어오지 못했고 셰프가 그냥 쑥갓 없는 호박전을 제공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지금은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소셜커머스 서비스 초기에는 ‘반값’이라는 서비스의 질에 반신반의 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자신들이 구입한 반값 티켓은 기존 메뉴와 달리 양이 적거나 무성의할 것이라는 의심이 많았던 시기였던 것이다. 이 민감한 시기에 쑥갓이 없는 호박전은 소셜커머스 상품 차별의 상징성으로 보여 졌던 것이다.

물론 대표였던 내가 직접 게시판에 사과의 글을 올리고, 오해가 있었음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켓을 구입한 고객들이 같은 게시판을 이용하고 있었고, 이를 공유하는데 그 배드뉴스의 파급 효과는 정말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수백 장의 반품이 문제가 아니라 자칫 소셜커머스 서비스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수도 있었던 사건이었다.

사건 당일부터 급히 리스크 매니지먼트팀을 가동시켰다. 세 가지 대응전략인 “솔직한 사과, 다시기회 요청, 사은품증정”을 대표이사인 내가 직접 개인별 반품희망자의 게시글에 일일이 댓글을 달기로 한 것이다. 실제 상장사의 대표이사이면서 레스토랑의 대표이기도 했던 필자가 직접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당시 게시판이 구매자 모두에게 공유되었기에 내가 작성한 글은 같은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쓸 수가 없었다. 결국 하루 밤을 꼬박새면서 필자가 직접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그리고 ‘혹시 식사를 와서 차별받는 느낌이 들면 그 때가서 반품해도 되니 무조건 한 번 와보시라, 들어올 때 말씀 말고, 나가실 때 티켓몬스터 티켓으로 결제하면 되니 차별은 없다. 애인하고 오시면 추가 서비스를 드리겠다. 어른들은 VIP룸을 예약해놓겠다.’등 다양한 아이디어와 대응문구를 40~50여명의 구매자들이 겹쳐지지 않게 하나하나 답장을 썼다. 레스토랑의 대표가 이렇게까지 하니 한 번 믿어보겠다는 게시판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결국 반품은 20여장으로 마무리한 기억이 생생하다.

만일 이러한 사건이 지금과 같은 모바일 기반의 초연결시대에 일어 났다면 아마 나와 내 회사는 물론이고 소셜커머스라는 시장 자체가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 생각하니 정말 아찔한 경험이다. 그 이후로 필자는 우리 기업을 잘 모르는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것에 매우 신중해야한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아직도 호박전을 보면 그 때의 트라우마가 떠오른다.

성공스토리는 아니지만 있던 일을 글로 옮기게 되니 다소 과장되게 표현되고, 극적인 효과에 포인트를 줄 수밖에 없었다.